travly 바이브코딩 일지 #1

코드 한 줄 안 쓰고 2주, 커밋 486개: 친구랑 여행 짜려다 앱을 만들어버렸다

백엔드 개발자가 퇴근 후 AI와 함께 여행 일정 앱을 만든 기록입니다. 이번 편은 전체 지도, 다음 편부터는 기능 하나, 삽질 하나씩 깊게 들어가 볼게요.

※ travly는 가칭이에요. 출시 전에 이름이 바뀔 예정이라, 바뀌면 이 연재에서도 알려 드릴게요.

시작은 그냥, 내가 필요해서

친구랑 여행을 준비하면 늘 비슷한 장면이 반복돼요. 카톡방에 맛집 링크, 숙소 링크, 지도 캡처가 쌓이고, 누가 어디 가고 싶다고 했는지는 스크롤을 한참 올려야 찾을 수 있죠. 일정표는 한 사람이 정리하고, 바뀔 때마다 다시 캡처해서 공유하고요.

제가 원했던 건 단순했어요.

친구랑 같은 일정표를 동시에 열어 놓고 같이 고치고 싶다.

처음부터 서비스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어요. 정말 저랑 친구가 쓰려고 시작한 거예요.

먼저 밝혀 둘 것: 저는 코드를 안 썼어요

저는 회사에서 백엔드 개발을 하는 개발자인데, 이 앱에서는 코드를 직접 한 줄도 쓰지 않았어요. IDE도 거의 열지 않았고, 처음부터 끝까지 Claude와 채팅으로 만들었어요.

제가 한 일은 이런 쪽이었어요.

  • 어떤 앱을 만들고 싶은지 설명하고, 기획을 정리하기
  • 만들어진 화면을 직접 써 보고 “이건 이상해, 이렇게 바꿔 줘”라고 말하기
  • 무엇을 먼저 하고, 무엇을 버릴지 정하기
  • 플랫폼을 옮길지 같은 큰 방향 결정하기

숫자로 보는 2주

항목 숫자
기간 10월 1일 ~ 10월 13일
커밋 486개 (머지 포함)
PR 약 150개
가장 바빴던 날 10월 6일, 커밋 77개
DB 변경 SQL 18개
결과물 웹앱 + iOS 앱 출시 준비

10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 동안만 커밋이 214개예요. 코드를 직접 쓰지 않은 사람 한 명이 퇴근 후에 낸 숫자라는 게 아직도 신기해요.

2주를 네 단계로 나눠 보면

1단계. PRD 한 장을 Lovable에 그대로 (10/1 ~ 10/2)

시작은 Claude와의 대화였어요. “이런 여행 앱을 만들고 싶다”고 설명하면서 Claude와 함께 PRD(만들 제품의 기능과 요구사항을 정리한 문서)를 만들었어요.

그리고 그 PRD를 Lovable에 그대로 붙여 넣었어요. Lovable은 말로 설명하면 화면을 만들어 주고 DB와 호스팅까지 한 번에 붙여 주는 서비스라, 문서 한 장으로 “일단 돌아가는 앱”이 한 번에 나왔어요.

2단계. GitHub를 연결하고 Claude에게 일을 맡기기 (10/6 ~ 10/8)

다음엔 Lovable 프로젝트를 GitHub에 연결하고, Claude도 같은 저장소에 연결했어요. 그때부터는 Claude에게 “이 기능 만들어 줘”, “이 화면 이상해” 하고 시키는 방식으로 개발했어요.

이 사흘 동안 지금 앱의 핵심이 거의 다 생겼어요.

  • 실시간 공동편집: 초대 링크로 들어온 친구와 같은 여행을 같이 고치고, 누가 어떤 일정을 수정 중인지 표시
  • 후보 장소 보관함: 가고 싶은 곳을 먼저 모아 두고, 정해지면 날짜로 옮기기
  • 링크 붙여넣기: 구글맵·카카오맵 공유 링크를 붙이면 장소 이름과 위치가 자동으로 들어감
  • 하트와 투표: 후보마다 하트를 누르고, 고민되면 친구와 투표로 결정
  • 예산과 지도: 사용·예정 금액 구분, 원화·현지 통화 전환, Day별 지도와 길찾기

원래 목표였던 “친구랑 같이 고치기”가 6일에 완성됐고, 그 뒤로는 “같이 쓰다 보니 이것도 필요하네”가 계속 이어졌어요. 특히 투표는 하루 동안 구조를 네 번이나 바꿨는데, 이 이야기는 따로 한 편으로 쓸게요.

3단계. 고도화하려고 Lovable을 떠나다 (10/9 ~ 10/10)

여기서 방향이 바뀌었어요.

이때 쓰던 모델이 Claude Opus 5.5였는데, 말한 걸 정말 찰떡같이 알아듣고 만들어 줬어요. 대충 설명해도 의도를 읽고 화면과 기능을 완성도 있게 내놓으니까, 어느 순간 “이거 잘하면 수익화도 할 수 있겠다”는 생각이 들었어요. 친구랑 쓰려던 앱이 서비스가 되는 순간이었죠.

그렇게 서비스로 만들려고 기획을 시작하니 불편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어요.

Lovable은 코드 작성, DB, 호스팅을 한 번에 해 주는 게 정말 좋았어요. 그런데 좀 더 고도화하려고 하니 바로 그 점이 종속으로 느껴졌어요. DB를 내 마음대로 관리하고, 배포 방식을 직접 정하고, 앱으로도 내보내려면 결국 내 손에 쥐고 있어야겠다고 판단했어요.

그래서 이틀 동안 이사를 했어요.

  • DB와 로그인은 개인 Supabase 프로젝트로
  • 기존 회원과 여행 데이터는 작은 조각으로 나눠서, 하나씩 확인하며 이전
  • 배포는 Vercel로
  • Lovable 연동 코드와 설정은 정리

이사를 마치고는 카카오·Apple 로그인을 붙이고, 웹앱을 iOS 앱으로 감싸는 작업까지 이어졌어요. 물론 이 이사도 전부 Claude에게 채팅으로 시킨 거예요.

4단계. 서비스처럼 다듬기 (10/12 ~ 10/13)

마지막 이틀은 “내가 쓰는 앱”에서 “남이 쓰는 서비스”로 넘어가는 작업이었어요.

  • 이용약관과 개인정보 처리방침, 회원 탈퇴
  • 정식 도메인 연결
  • 여행 중 모드: 오늘 일정 카드, 빠른 지출 입력, 하루 마무리 정리
  • 함께 쓴 돈 정산하기
  • 출시 전 iOS 권한 문구와 업데이트 안내

가장 놀라웠던 것: 채팅창이 곧 개발 환경

원래 저는 AI로 개발할 때도 터미널에 명령을 치고, 로컬에서 띄워서 확인하는 정도는 직접 했어요.

이번엔 그것마저 안 했어요. Claude 웹에서 채팅으로 요청하면, 작업이 끝나자마자 Vercel 프리뷰 주소로 바로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. PR마다 미리보기 사이트가 따로 뜨니까, 바로 열어 보고 마음에 들면 합치고, 아니면 다시 채팅으로 고쳐 달라고 하면 됐어요.

코드 에디터도, 터미널도, 로컬 서버도 없이 채팅창 하나로 앱이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정말 놀라운 세상이라고 생각했어요.

다음 편 예고

다음 편에서는 **“일정 앱인데 왜 ’후보’부터 시작했나”**를 다뤄 볼게요. 카톡에 흩어진 링크를 모으는 것부터 투표로 정하는 것까지, 기획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정리해 보려고 해요.